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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여백의 생각

반려식물을 통해본 디자인 고찰 (feat. 강동화훼단지 다육식물 입양기)

by 여백을쓰다 2020. 8. 30.

안녕하세요. 여백을 쓰다입니다.

오늘은 일요일이었는데, 다들 따스한 주말 잘 보내셨어요? 오늘 날씨가 참 따뜻했죠?

일요일이면 저는 항상 교회 가느라 바빴는데, 요즘 코로나19사태로 인해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요즘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일요일에 할 일이 없는 거죠. 카페도 참 많이 다녔고, 이곳저곳 여행도 다니려고 해도 다닐 수가 없으니 한참을 고민하다가, 봄도 되었으니 반려 식물이나 입양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가까운 천호동 (강동)에 있는 화훼 단지를 가기로 했어요.

 

 

저는 집에 많은 반려 식물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꽤나 다양한 반려 식물들을 기르고 있어요. 몬스테라, 여인초, 고무나무, 홍콩야자, 스파트필름, 테이블야자 등과 같은 관엽식물들과 용신목, 귀면각, 만세선인장 (로드킬 선인장) 등의 선인장류, 그리고 최근에는 난이도가 있는 마오이소포라, 행잉플랜트까지. 밑 사진만 봐도 꽤나 많이 기른다고 볼 수 있죠? 다양한 디자인 토분과 함께하니 더 갬성 가득해요.

작년에 찍어두었던 우리집 반려식물 공간


여하튼, 이번엔 새로운 반려식물인 '다육식물'을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까운 강동화훼단지로 출발했어요.

사실 강동화훼단지라고는 하는데, 정확한 명칭은 따로 없는 거 같아요. 강동화훼단지, 천호동화훼단지, 상일동화훼단지, 강동꽃시장 무수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냥 '천호동 강동자이프라자 앞에서부터 하남 들어가기 직전인 상일동까지 양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꽃시장'이라고 하면 설명이 쉬울까요?

강동 자이프라자 아파트 앞에 있는 하얀 팝콘같이 생긴 나무를 찍어보았어요. 하얀 게 정말 설레네요.

봄은 정말 봄인가 봐요

 

역시 다육천국답게 들어서자마자 다육이들이 가득했어요. 앙증맞은 작은 아이들이 반기는 중.

 

더 들어가니까 진짜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과연 저 많은 다육식물들이 몇 개일지.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는 다육식물

 

자세히 보다 보면, 비슷한 다육식물끼리 모아놓은 것을 볼 수 있어요. 근데 더 신기한 건 같은 다육식물이라도 모양이 동일한 건 하나도 없다는 거. 단, 하.나.도.

어떤 게 맘에 들어요?

 

다육식물만 그럴까요? 꽃들도 마찬가지예요. 아래 꽃다발에 많이 쓰이는 라넌큘러스도 색도 다르고 꽃 모양도 다달라요.

라넌큘러스
튤립

 

그러다 문득, 참 식물 (꽃)은 참 인간과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1. 모두 다른 생김새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엄마는 그 일란성 쌍둥이를 알아보듯이 모든 인간은 다 다르게 생겼어요. 그리고 꽃도 가만 보면 같은 종류라도 모두 수형이 다 달라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외형적으로 사람도 잘생기고 예쁜 사람에게 끌리듯이, 우리도 식물과 꽃을 고를 때 수형이 이쁜 것을 찾게 되죠.

저 수많은 꽃들 중 당신의 마음을 첫눈에 사로잡는 꽃은 어떤 거예요?


2. 꼭 외모가 아니더라도 다른 요소로 자신을 어필

그런데, 외모가 못생겼다고 해서 슬퍼하진 말아요. 꼭 예쁘고 잘 생긴 것만이 능사는 아니니까요. 예쁘지 않아도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특징으로 매력을 어필할 수 있어요. 같이 있기만 해도 즐거운 매력, 아니면 너무나도 예쁜 웃음,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캐릭터, 특출나게 뛰어난 머리, 그게 아니면 돈 잘 버는 부자. 우리는 외모 말고도 다양한 매력으로 자신을 어필하죠.

식물도 똑같아요.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좋은 향기를 지닌 아이, 추위에 잘 견디는 강한 아이,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우는 아이, 그리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는 아이 등, 못생기긴 했지만 보면 볼수록 #볼매인 질리지 않는 아이. 못생기긴 했어도 식물 각자가 지닌 매력이 반드시 존재해요.

질리지 않는 볼매 선인장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는 레몬나무


3. 사랑을 줄 때 진정한 '꽃'이 됨

아래 시(詩) 알아요? 초등학교 때 한 번씩은 읽어보고 너무나 감명받았던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 꽃


 

맞아요. 우리는 사랑을 먹고 자라나는 존재예요. 사랑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고 해도 금방 주저앉아버리곤 하죠. 코로나19사태도 보세요. 이렇게 힘들고 우울한데, 서로 이기적이고 싸우기만 하면 과연 우리가 이 극복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을까요? 서로를 사랑하기에, 우리 이웃을 사랑하기에 83세 할머니가 마스크를 20개 만들어서 전달하고, 모든 사람들이 발 벗고 이겨내고 있잖아요.

꽃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꽃에게 관심도 주지 않고, 그냥 방치해둔다면, 그 꽃은 금방 시들어버리고 말죠. 어쩌면 꽃이 안 필 수도 있어요. 사랑을 줄 때 인간이든 식물이든 진정한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어요.


4. 모두 소중하게 디자인된 존재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소중하게 design된 존재들이에요. 단순히 디자인이 예술적인 '디자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design이라는 단어에는 특정 목적에 따라 '고안되었다'라는 말도 있죠. 즉, 사람이든 꽃이든 모두 목적이 있어 디자인된 존재들이라는 거예요. 꽃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태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꽃도 또 다른 생명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존재하기도 하죠. 꿀벌이 그러니까 꽃을 사랑하잖아요. 하물며 꽃도 그런데, 우리 사람도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요? 다 소중하게 디자인된 존재들이에요.

이 '여백'도 살아가는데 다양한 목적이 있겠지만, 여기서만큼은 여러분들과 함께 소통하며 디자인에 대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존재로 디자인된 존재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쉽겠죠?


그런 마음으로 이번 봄, 우리 집을 '꽃'되게 만들어 줄 다육식물을 선택해보았어요.

 

1. 축전

하트같이 생긴 이 다육식물은 특이하게 사람처럼 임신을 해요. 임신을 하면 저 하트가 빵빵해지면서, 출산을 할 때가 되면 하트의 일부분이 벌어지게 되면서 그 속에서 새롭게 작은 축전을 낳게 된답니다.

사람과 비슷한 다육식물 '축전'

 

출산을 하게 되면 저렇게 탈피를 하면서 새끼를 낳게 돼요.

출처 - 인스타 @flsk8180님

 

 

2. 크라슐라 부다템플

공룡같이 생긴 '부다템플'. 왜 부다는 말 그대로 부처님의 'Buddha'의 뜻.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3. 녹비단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나무같이 생겨서 선택했던 녹비단.

 

이외에도 입양하고 싶었지만, 자리도 없고 현금도 없어 그냥 눈으로만 보았던 크고 작은 다육식물들.

여기서 2천원짜리 다 쓸어버릴 뻔
이게 식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던 '리톱스'
파인애플 같았던 '괴마옥'

 

진짜 다육식물의 세계란 정말 인간의 세계와 너무나도 닮은 거 같네요.

 

그렇게 봉달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네요.


요번 봄에 잘 길러서 자라게 되면 또 근황 전해줄게요. 마지막으로, 우리 그렘린이 있는 선인장 보여드리며 인사드릴게요. 이 선인장은 진짜일까요? 가짜일까요?

주말 마무리 잘하고 우리는 내일 만나요. 오늘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공감과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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